비혼

결혼하지 않은 자가 ‘돌봄’을 요구할 수 있는가? 비혼자의 케어 권리와 한국 사회의 한계

waymyblog 2025. 12. 28. 07:00

‘누군가를 돌본다’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가족 내 책임으로만 여겨져 왔다.
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배우자는 서로를, 그렇게 ‘정상 가족’ 안에서 돌봄은 자동으로 할당되는 의무였다.

하지만 비혼자는 어떠한가? 누구의 부모도, 누구의 배우자도, 누구의 자녀도 아닌 이들은
몸이 아프거나 정신적으로 어려울 때 돌봄을 요청할 상대조차 지정할 수 없는 구조에 놓인다.

비혼자가 스스로 케어 시스템을 요청하면, 사회는 여전히 이렇게 되묻는다:
“가족은 없나요?”, “결혼은 왜 안 했어요?”, “돌볼 사람이 없으세요?”

돌봄을 ‘권리’로 보지 않고 ‘의무의 결과물’로 여기는 사회.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돌봄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
이 글은 비혼자의 돌봄 권리가 왜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지, 그리고 그 구조적 문제와 해법을 함께 다룬다.

결혼하지 않은 자가 ‘돌봄’을 요구할 수 있는가? 비혼자의 케어 권리와 한국 사회의 한계

돌봄은 ‘사적 책임’인가, ‘사회적 권리’인가?


 1. 한국의 돌봄 시스템은 ‘가족 책임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의 복지·보건·요양 시스템은 ‘가족이 먼저 책임지고, 국가가 보조한다’는 전제를 갖는다.

영역기본 전제
병원 치료 보호자 동반 전제
요양원 입소 가족 동의 필수
장기 요양 신청 가족이 신청 주체
재난·위기 지원 가족이 통지받고 대리 처리

 비혼자는 이 구조 안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할 통로도, 대응해줄 사람도 없는 상태가 된다.


 2. 돌봄을 ‘요구’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비혼자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반드시 존재한다.

  • 갑작스런 질병, 수술
  • 정신적 위기 상태
  •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
  • 일상 기능 수행 불가능 시점 (ADL, IADL 문제 등)

 이 상황에서 돌봄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낙인이 되거나,
제도적으로 ‘돌봄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삶의 존엄이 무너진다.


 비혼자는 왜 케어의 사각지대에 놓이는가?


1) 제도 설계 자체가 ‘가족 동반’을 전제로 함

  • “보호자 서명 필요”
  • “가족 연락처 없으면 신청 불가”
  • “입소·입원 시 배우자 동의 필수”

 이 모든 행정은 비혼자는 기본적으로 ‘돌봄을 요청할 수 없는 사람’으로 전제한다.


2) 사회적 인식: 케어를 요구하는 비혼자는 ‘이기적’이다?

  • “혼자 살겠다고 선택했잖아요.”
  • “자기 결정에 책임져야지.”
  • “가족이 없으면 누가 책임져?”

 돌봄을 요청하는 비혼자는 개인의 선택에 따른 ‘자업자득’으로 간주되며, 사회적 공감을 받기 어렵다.


3) 비혼은 제도상 ‘비정상 상태’로 분류된다

  • 정책의 기본값은 '기혼' 또는 '가족 동반자'
  • 1인 가구는 위험도는 높지만 정책 우선순위는 낮음
  • 커플 중심, 가족 단위 기반의 케어 인프라 과도

 이로 인해 비혼자의 삶은 정책적으로 비가시화된다.
결국 돌봄의 권리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다뤄진다.


 '비혼자의 케어 권리'란 정확히 무엇인가?


케어 권리란
결혼, 가족 유무, 혈연 관계와 상관없이
돌봄을 요구하고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최소한의 케어 권리 구조

항목비혼자 관점에서 필요한 요소
돌봄 요청권 보호자 유무와 무관한 요청 가능성
대리인 지정권 법적 동반자 없음에도 공식 지정 가능
긴급 대응 체계 1인가구 대상 시스템 별도 설계
장기 돌봄 접근권 요양·의료·심리 케어 접근 가능성 확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 프랑스: 시민 계약(PACS)

  • 결혼하지 않아도 법적 보호자 지위 지정 가능
  • 1인 시민도 의료·복지 대리인 설정 가능

🇯🇵 일본: 단독 요양·치료 프로토콜 개발

  • 독거 고령자·비혼자용 요양 절차 분리 운영
  • 장기 요양 신청 시 보호자 없이 가능하도록 개정 중

🇺🇸 미국 일부 주: Advance Directive 제도 확장

  • 가족 아닌 제3자를 사전 지정 가능
  • 노코드(No Code) 상태 시 법적 대리인 없이도 결정 가능

 이처럼 일부 국가는 **비혼자·독거인을 위한 '제3의 돌봄 시스템'**을 제도화 중이다.


 비혼자의 케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4가지 제안


 1. 보호자 전제 없는 돌봄 체계 마련

  • 입원, 수술, 요양 등 모든 돌봄 서비스에
    ‘보호자 없음’ 상태도 전제한 행정 설계 필요

 2. 비혼자의 ‘사전 돌봄 문서’ 활성화

  • 의료 대리인 지정
  • 위기 시 처리 기준 명시
  • 장기 요양 의향서 사전 등록

 사전 준비를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적 통로 제공이 핵심


 3. 비혼 대상 전용 공공 케어 서비스 확대

  • 1인가구 긴급 케어 서비스
  • 정신건강 케어 매칭 시스템
  • 커뮤니티 기반 돌봄 네트워크 운영

 4. ‘돌봄은 권리다’라는 인식 개선 캠페인 필요

  • “혼자 살아도 돌봄은 요구할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
  • 가족 중심이 아닌 개인 기반 돌봄 권리 인식 확산
  • 법적 보호자 개념의 다양화 (지정 대리인 제도 등)

 결론: 돌봄은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공적 의무이자 개인의 정당한 권리다

비혼자도 아프고, 힘들고, 돌봄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가족은 없나요?”라고 묻는 건 이미 지워진 관계를 다시 만들어 오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혼자 살아도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것은 선택의 결과물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정당화되어야 하는 권리다.

이제는 묻지 말아야 한다. “결혼 안 했어요?”
이제는 바꿔야 한다. “왜 가족이 없죠?”라는 질문을
“당신에게 필요한 돌봄은 무엇인가요?”